
자기계발서는, 내 편견에 따르면, 잘 쓰인 책이라고 해도 다 '공자님 말씀'이다. 중고등학교 때 흔히 보던 영문법서의 앞머리에 나와 있듯이 모든 일에는 왕도가 따로 없는 법이다. 따라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이 목표에 이르게 할 수 있고, '지름길'을 알려준다고 하는 이들은 만병통치약을 판다는 약장수나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앞서 가는 이들의 경험과 방법(학문이라면 더 나아가 그것을 체계화한 이론까지)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라면 잘 끓이는 법'에는 귀가 쫑긋하고 서지만, '요리를 잘 하는 법'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내가 이 책에 기대한 것은 필자의 (동종업계 간의 직장 이동이 아닌) 경력 전환과 MBA 과정을 시작하고 마치기까지의 구체적인 경험담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어느 정도는 충족되었다. 미국 2년제, 유럽 1년제, 한국 2년제 등에 따른 손익계산서를 뽑아주기도 하고, 영어 사용과 같은 수업과정에서 겪은 여러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해낼 방법을 제시해주고, 숫자와 자기분석의 유용성에 대해 말해준다.
책의 얼개를 보면, 필자 나름의 'ABC형 인재론'에 맞추어, 도입부와 함께 Accept(습등능력), Build up(발전능력), Create(창조능력)에 한 장씩을 할애하고 있다. 각 장은 1년 6개월에 걸친 MBA 과정과 기자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서, 다른 자기계발서에서 인용한 글들과 여러 CEO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각론의 '메모하기, 인맥 관리하기, 네이버 대신 구글 쓰기, 체력 관리하기' 등에 이르러서는 '공자님 말씀'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다양성', '창조력'이란 주제에 이르러서는 (이 주제의 난해함을 감안하더라도) 애플, 노키아의 예가 흔한 이야기라 오히려 진부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에필로그에 보면, '~하라'는 방법론을 피하고 인재론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경험에 바탕을 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야만 그것이 설득력을 갖고 독자를 유인할 수 있다고 본다. 필자도 여러 곳에 밝혔듯이 직장을 그만두고, 게다가 경력을 바꿀 요량으로, 말이 잘 안 통하는 외국에서, 많은 돈을 들여 MBA과정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포함에서 이 책을 집어든 이가 바라는 것은 아마도 그것을 '무릅쓰고' 행동에 옮기는 데 필요한 구체적 방법론일 것이다.
이렇게 쓰고보니, 애초에 필자가 의도한 바와 내가 이 책에 바라는 바가 달랐다는 생각이 든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은 내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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