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을 둘러싼 논란의 와중에서 '왜 이런 협상을 했는냐'는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며, '어떻게 될지 아느냐'는 물음에는 벼락 맞을 확률을 들먹이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정태인의 이야기.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정태인(경제평론가)
이 봄에 나는 부끄럽다
선입견이 산산이 깨진 날이다. 부러 30분쯤 늦게 갔더니 도대체 발디딜 틈이 없다. 만나기로 한 사람 쪽으로 가는 건 포기한다.
이건 또 뭔가? “정** 15살 나는 살고 싶어요” 비슷비슷한 ‘절규’를 가슴에 매달고 어린 여학생들이 재잘거리고 있다. 이건난장이다. 축제다. ‘절규의 축제’다. ‘주체도, 목적도 없는 역사’는 이런 현장을 말하는 것인가, 생각은 엉뚱한 방향으로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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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문제, 정확히 ‘미국 쇠고기 재수입 문제’에 관해서 정부는 2대에 걸쳐 거짓말을 끝없이 반복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아니 자신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를 세뇌하는 중이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생했고 수입은 중단됐다. 2005년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FTA를 하자고매달렸고 미국은 쇠고기 수입 재개를 4대 선결요건으로 내걸었다. 2006년 1월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쇠고기 수입”에합의했다. 2월의 한미 FTA 협상 개시에 맞춰 서둘러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4대 선결요건이란 존재하지 않고 단지 통상현안일 뿐이라고 했다. 그해 5월 MBC PD 수첩이 제4차대외경제위원회 문건을 공개하자 대통령은 ‘4대 선결요건이라는 용어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 뒤, 지금까지도 정부의공식입장은 여전히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수입은 재개됐고 전수검사 중에 SRM(광우병 위험물질)인 등뼈가 발견되는 등 계속 합의 위반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손톱만한뼛조각 하나에도 전량을 반송하던 정부는, 미국의 항의에 뼛조각이 나온 상자만 반송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한미 FTA 협상은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그와는 관계없는 변경이라고 정부는 말했다. 대통령은 중간에 “농산물도 국제 시장경쟁에 노출되어야 한다”고말했고 지지부진하던 농산물 협상은 급진전됐다.
2007년 3월 말, 한미 FTA 협상 타결 막바지에 한국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OIE의 검역기준의수용과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합의’를 약속했다. 그리고 4월 2일 협상은 타결됐다. 한국 대통령은 한미 FTA와 관계없이 쇠고기위생검역조건 개정 협상을 약속했다고 지금도 주장한다. 한미 FTA 타결을 위해 노력하자고 전화한 대통령이 느닷없이 아무런 관계도없는 쇠고기 얘기를 꺼냈다는 얘기다.
2008년 4월 이명박 신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했다. 19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와 정상회담을 하기 하루 전, 쇠고기 협상이타결됐다. 30개월 미만의 경우 SRM도 수입하고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하며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한국정부는 수입을중지시킬 수 없다.
타결 발표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CEO 라운드 테이블’에서 타결 소식을 전했고 참석자들은 환호했다. 대통령과외교부장관, 그리고 경제수석이 전날 심야 긴급회의했다. 물론 정부의 공식입장은 이런 극적 장면도 대통령의 방미는 물론 한미FTA와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더 커져 나갈 함성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쇠고기”가 한미 FTA 착수의 선결요건이었다면, “30개월 이상 뼈있는 쇠고기, 그리고 SRM을 포함한30개월 미만의 뼈있는 쇠고기”는 한미 FTA 미국 의회 비준의 선결요건이다. 이 명확한 사실을 정부는 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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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확률론도 동원했다. “로또 복권을 맞고 벼락을 맞을 확률”이라거나 “홀인원을 치고 벼락을 맞을 확률”이란다. 광우병에 관한지식의 절대적 부족으로 그 어느 누구도 그럴듯한 확률을 계산하지 못하겠지만 그들 주장 중 가장 적은 확률은 1/45억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4500만명이 매일 이 사건을 독립시행한다면(즉 미국 쇠고기를 먹는다면, 그리고 우리는 매일 국을 먹는다)100일이면 1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유도 별로 찾을 수 없는 정부 정책 때문에 아무런 잘못도 없이 희생되는 연간 3명은 과연 적은 숫자일까? 환경과 건강 정책의 제1원리인 사전예방의 원칙만 지켜도 희생되지 않을 3명은 젊은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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