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리뷰를 하지 못한 데 대한 변명

레닌그라드의 성모마리아
데브라 딘 지음, 송정은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이하의 잡문은 단지 이 소설의 ‘번역’에 대한 것일 뿐임을 밝혀둔다. 고백하자면 <추천사>의 탈자에서 시작된 나의 신경증은 책장을 넘겨갈수록 껄끄러운 문장과 엉성한 교정 탓에 그 증세가 심해졌고, 결국 이야기 흐름에는 집중을 못하고 번역상의 흠을 잡는 데 혈안이 되도록 만들었다.

의심 가는 부분들을 원서와 대조를 해보았더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만 적는다.

먼저 어색한 번역문이다. ‘피닉스의 날씨는 덥거나 그보다 더 더운 경우밖에 없지만’(99쪽), ‘오빠가 좋지 않은 입장에 처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137쪽) 같이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을 여기서 일일이 늘어놓을 수는 없다. 굳이 하나를 더 들자면, 30쪽의 “그는 이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미르코비시 동무가 첫째 딸을 낳으면 자신의 이름을 주기로 한 드미트리의 약속에 대해 애기해주었다” 같은 문장은 정말로 요령부득이다.

실화, 그러니까 제2차 세계대전 때의 레닌그라드 공방전을 주된 배경으로 하는 만큼 역자의 배경 지식 부족에서 오는 오역도 있다. 독일 공군기 가운데 하나인 ‘융커스(Junkers)’를 정커(88쪽, 93쪽)로 번역해놓거나, 역시 공군기인 하인켈(Heinkel)로부터 팔쉬름예거(Fallschirmjäger)가 낙하하는 장면(아니면 중폭격기 He 111에서 글라이더를 떨어뜨리는 장면일까?)을 “하인켈 경비행기가 낙하산 줄을 풀었다”(281쪽)고 옮겨놓았다.

번역의 안이함도 보인다. ‘art(s)’가 원래 성가신 단어이긴 하나 97쪽의 경우 ‘예술’보다 ‘미술’이 더 적당할 것이다. 한곳에서는 ‘베드로와 바울 성당’(31쪽)으로 다른 곳에서는 ‘페테르와 폴의 요새’(90쪽)로 옮긴 것은 실수라고 쳐도, 가스파레 디자아니의 천장화(painted ceiling) <올림포스>에 대해 글자 그대로 ‘페인트칠이 된 하늘’(48쪽), ‘페인트칠이 된 천장’(49쪽), ‘페인트 조각’(330쪽)이라고 한 것은 심했다.

‘인디아 주’(60쪽), ‘엔지니어 성’(91쪽) 같은 경우는 짐작은 가지만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반대로 ‘장기판 모양’(242쪽), ‘만(卍)’ 자(89쪽) 같은 경우는 필요치 않은 친절함을 발휘한 경우다.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는 ‘만(卍)’ 자와 같지 않으며 체스판 또한 장기판과 결코 ‘모양’이 같지 않다(아르미타쥬미술관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체스판 모양도 아니다).

이런 문제들은 먼저 번역자에게 책임을 돌려야겠지만 책의 맨 뒤 <옮긴이의 말>에서까지 탈자를 내놓은 편집자도 책임을 면할 수 없으리라 본다. 기껏 책을 보내준 보답으로 이런 불평밖에 늘어놓을 수 없어 미안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아니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큰 출판사에서 이렇게 밖에 못하냐는 생각에 몇 자 적어보았으니 '이런 독자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주길 바랄 뿐이다.
by 하나이 | 2007/02/18 10:48 | _읽고(싶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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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03/27 18: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하나이 at 2007/03/27 19:57
자물쇠 님, 좋게 생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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